아게루 쿠레루 때문에 머리 아픈 분들 많으시죠?
사전에는 둘 다 ‘주다’라고 나오는데 쓰임새는 천지 차이입니다.

일본어를 공부하다 보면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싶은 순간이 많이 생깁니다.
그 중 한국어로는‘주다’라는 단어 하나면 충분한데, 일본어는 상황에 따라 단어를 골라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일본어 학습자들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드는 수수동사의 구분입니다.
“내가 친구에게 줬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사전을 찾아보면 단어가 여러 개 나옵니다.
어떤 때는 아게루를 쓰고, 어떤 때는 쿠레루를 쓴다고 하니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수수동사의 장벽만 넘으면 일본어 특유의 ‘관계’와 ‘입장’을 이해하는 눈이 트이게 됩니다.
※ 참고링크: [수수동사] 주다, 받다를 뜻하는 수수동사 (あげる / くれる / もらう / いただく)│혼쌤니혼고
방향으로 이해하는 수수동사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딱 하나, ‘화살표의 방향’만 기억하면 됩니다.
일본어는 ‘누구 입장에서 누구에게 물건이 이동하느냐’를 목숨처럼 중요하게 여기는 언어입니다.
- 내가 남에게 줄 때: 아게루 (あげる)
- 남이 나에게 줄 때: 쿠레루 (くれる)
한국인 학습자가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는 “친구가 나에게 선물을 줬어”라고 말할 때 발생합니다.
우리 머릿속에는 ‘주다=아게루’라는 공식이 너무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X) 友達が私にあげた (토모다치가 와타시니 아게타)
하지만 이는 아게루 쿠레루의 법칙에서 완전히 벗어난 표현입니다.
‘아게타’는 내가 남에게 주거나, 제3자끼리 주고받을 때 쓰는 말입니다.
친구가 나에게 주는 상황, 즉 물건이 ‘나(화자)’를 향해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쿠레루’를 써야 합니다.
(O) 友達が私にくれた (토모다치가 와타시니 쿠레타)
정리하자면, 내 손을 떠나서 남에게 가면 ‘아게루’, 남의 손을 떠나 나에게 들어오면 ‘쿠레루’입니다. 이 방향 감각만 확실히 익혀도 아게루 쿠레루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아게루 쿠레루만 잘 구분해서 써도 여러분의 일본어는 훨씬 자연스럽고 원어민스럽게 들릴 것입니다.
피해 의식에 절어있는 ‘수동태’

아게루 쿠레루가 시점과 방향의 문제라면, 두 번째로 한국인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감정’의 문제입니다.
바로 일본어의 수동태입니다.
한국어의 피동문은 “도둑이 잡혔다”처럼 사실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일본어 수동태에는 뜬금없이 ‘피해 의식’이 섞여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비가 오는 상황을 가정해 볼까요?
한국인은 그냥 “비가 내린다”라고 말하지만 일본인은 종종 이렇게 표현합니다.
雨に降られた (아메니 후라레타 / 비에게 내림을 당했다)
처음 이 표현을 접하면 마치 아게루 쿠레루를 처음 봤을 때처럼 “아니, 비한테 뭘 당해? 비가 사람을 때리나?” 하며 황당해 하기 쉽습니다.
여기서 ‘당했다(れる/られる)’는 것은 물리적인 폭행이 아니라 “비 때문에 옷이 젖어서 짜증 나”, “우산이 없어서 곤란해”라는 부정적인 감정 표현입니다.
문법 용어로는 이를 ‘피해 수동(메이와쿠 수동)’이라고 합니다.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泥棒に財布を盗まれた (도로보니 사이후오 누스마레타 / 도둑에게 지갑을 훔침 당했다)
만약 일본인 친구가 이런 수동태를 써서 말한다면, 단순히 사실만 듣지 말고 “아, 이 친구가 지금 곤란하구나”라고 그 속마음을 읽어줘야 합니다.
아게루 쿠레루에서 물건의 이동 방향을 읽어야 했다면, 수동태에서는 상대방의 감정 흐름을 읽어야 하는 셈입니다.
의도가 보이는 ‘자/타동사’

마지막으로 살펴볼 뉘앙스는 사물의 ‘상태’를 묘사하는 방법입니다.
이 부분 역시 아게루 쿠레루 못지않게 한국식 사고방식과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한국어는 “문이 열려 있다”라고 하면 바람이 열었든 사람이 열었든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본어는 집요하게 ‘의도’를 따집니다.
(자동사) 窓が開いている (마도가 아이테 이루): 문이 (저절로) 열려 있네.
▶ 뉘앙스: 바람 때문인가? 그냥 닫아야지.
(타동사) 窓が開けてある (마도가 아케테 아루): 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려 있네.
▶ 뉘앙스: 아, 환기하려고 일부러 열어뒀구나. 닫으면 안 되겠네.
이 구분이 왜 중요할까요?
바로 상황 파악 때문입니다.
만약 상사가 환기를 시키려고 일부러 창문을 열어둔(아케테 아루) 상황에서, 여러분이 “어? 문이 열려 있네(아이테 이루)?”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닫아버리면 눈치 없는 사람이 됩니다.
일본어의 ‘~테 아루(~해 두었다)’ 표현에는 “누군가 목적이 있어서 일부러 해 놓은 거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아게루 쿠레루가 ‘누가 주냐’를 따진다면, 자/타동사는 ‘누가 했냐’를 따지는 것입니다.
이걸 무시하고 퉁쳐서 해석하면, 아게루 쿠레루를 틀렸을 때처럼 엉뚱한 오해를 사거나 실수를 하게 됩니다.
복습해 볼까요?
오늘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요약해 보겠습니다.
- 아게루 쿠레루: 나한테 들어오면 ‘쿠레루’, 나에게서 나가면 ‘아게루’.
- 수동태: 들리면 “아, 뭔가 곤란하구나” 하고 공감하기.
- 자/타동사: 상태를 볼 때 “누가 일부러 그랬나?” 의도 찾기.
이 세 가지 포인트만 의식해도, “아게루 쿠레루가 너무 어려워!” 하는 불평이 “아, 이래서 상황마다 다르게 쓰는구나” 하는 이해로 바뀔 것입니다.
일본어 학습의 최대 난제인 아게루 쿠레루의 늪에서 벗어나, 이제 더 이상 겁먹지 말고 당당하게 원어민처럼 대화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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