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 2세대 가입자가 보험사에 계약을 되팔 수 있는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 제도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낸 보험료에서 받은 보험금을 뺀 차액을 보상금으로 돌려받는 구조인데, 과연 소비자에게 이득일까요?

최근 금융 뉴스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1세대와 2세대 실손보험에 관한 소식입니다.
어제와 오늘, 주요 언론사들은 “1·2세대 실손보험, 받은 보험금 빼고 되팔 수 있다”, “보상금 받고 보험사에 되팔 길 열린다”와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쏟아냈습니다.
요약하자면, 갱신 때마다 무섭게 오르는 보험료를 감당하기 힘든 가입자들에게 보험사가 웃돈을 얹어주고 계약을 사들이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 참고링크
단순히 해지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판다’는 개념이라 솔깃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보험사가 먼저 돈을 주겠다고 나설 때는 반드시 꼼꼼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이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 제도가 정확히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내 보험증권을 파는 것이 과연 현명한 재테크인지, 아니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악수가 될지 냉정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 제도란?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 중인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 제도는 말 그대로 가입자가 보유한 보험 계약을 보험사에 되파는 제도입니다. 대상은 2009년 9월 이전 가입한 1세대(구실손)와 2017년 3월 이전 가입한 2세대 실손보험 보유자 약 1,600만 명입니다.
기존에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해지하려 해도, 해지환급금이 거의 없어 빈손으로 계약을 종료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 제도가 도입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입자가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보험사는 가입자가 그동안 납입한 총 보험료에서 지금까지 병원비로 타간 보험금을 뺀 차액을 계산하여 ‘해지 보상금(재매입금)’ 형태로 지급합니다.
즉, 오랫동안 보험료는 꼬박꼬박 냈지만 병원 갈 일이 없어 보험금 수령액이 적은 ‘건강한 가입자’일수록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목돈의 규모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2026년 초부터 이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보험사의 속내는 무엇일까?

보험사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보상금을 쥐여주고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해 보입니다.
1, 2세대 실손보험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입니다. 과거 상품들은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거나 매우 낮아(0~10%), 가입자가 의료 서비스를 많이 이용할수록 보험사의 손해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였습니다.
실제로 작년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약 2조 원에 달했고, 이 중 대부분이 1, 2세대 상품에서 발생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당장 현금을 내주더라도, 장기적으로 막대한 보험금을 청구할 잠재적 위험군을 정리하고 싶은 것입니다.
더불어 4세대 실손보험으로의 전환을 유도하여 손해율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려는 의도도 깔려 있습니다.
※ 참고링크: 에너지경제 – 실손 적자 10조 시대…5세대의 성패는 비급여에 달렸다
내 환급금 계산법과 ‘역선택’의 함정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그래서 내가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일 것입니다.
이에 따른 보상금 산정 방식은
총 납입 보험료 – 총 수령 보험금 = 환급금
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10년 동안 매월 10만원씩 총 1,200만 원의 보험료를 냈다고 가정해 볼까요?
만약 그동안 병원비로 200만원만 혜택을 받았다면, 1,000만원이라는 꽤 큰 목돈을 받고 계약을 넘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받은 돈으로 저렴한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면 고정 지출도 줄이고 목돈도 챙기는 일석이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아픈 사람’은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의 혜택을 전혀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만약 위와 같은 조건에서 병원비로 1,500만 원을 타 쓴 가입자라면, 계산상 환급금은 마이너스가 되어 받을 돈이 ‘0원’이 됩니다.
결국 병원 이용이 잦아 보험사가 가장 내보내고 싶어 하는 헤비 유저들은 이 제도를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건강해서 보험료만 내주던 우량 가입자들만 빠져나가는 ‘역선택’의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1, 2세대 vs 4세대, 무엇이 유리할까?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을 고민할 때 반드시 비교해야 할 것은 ‘현재의 혜택’과 ‘미래의 혜택’입니다.
1, 2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적어 병원비 걱정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 계약을 팔고 가입해야 하는 4세대 실손보험은 급여 20%, 비급여 30%의 자기부담금이 발생하며,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으면 보험료가 할증됩니다.
따라서 당장 목돈이 필요하거나 현재 보험료가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경우가 아니라면, 섣불리 신청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의료비 지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데, 이때 보장 범위가 좁고 자기부담금이 높은 상품으로 변경되어 있다면, 과거에 받은 몇백만 원의 환급금보다 훨씬 큰 병원비를 지출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이전 글 참고하기: 실비보험 유지? 해지? 무엇이 옳은 결정일까?
누구에게 유리한 제도인가?

결국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 제도가 모든 가입자를 위한 선물은 아닌 듯 합니다.
이 제도가 유리한 사람은 명확합니다.
첫째, 병원 이용이 거의 없어 낸 보험료가 아까웠던 건강한 가입자.
둘째, 갱신 때마다 폭등하는 보험료 때문에 어차피 해지를 고민하고 있던 가입자입니다.
반면, 지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 병원 이용이 잦은 분들, 혹은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 등 4세대 실손에서 보장이 까다로운 치료를 자주 받는 분들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금융당국은 이 제도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겠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보험사의 적자 해소라는 목표가 뚜렷합니다. 제도가 시행되면 보험사는 적극적으로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을 홍보할 것입니다.
이때 분위기에 휩쓸려 소중한 ‘평생 보장 자산’을 헐값에 넘기지 않도록, 자신의 건강 상태와 재정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보험은 당장의 현금보다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는 것이 본질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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