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하면서 호루몬(ホルモン)이라는 단어를 보신 적 있으시죠? 소나 돼지의 내장 요리를 뜻하는 말로 쫄깃한 식감과 기름진 고소함으로 일본 현지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음식이지만, 이 요리의 뿌리를 깊게 파고들면 한국인의 눈물겨운 역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국뽕을 떠나서 한국인이라면 아마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본래 고기 요리와 내장을 다루는 기술, 그리고 깊은 맛을 내는 양념의 노하우는 단연 한국의 식문화가 일본을 압도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육식 문화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일본에서 어떻게 이 내장 구이 문화가 유행하게 되었을까요?
어학 공부를 하면서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 알게 되면 그 나라의 역사적 과오와 이면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호루몬(ホルモン)이라는 음식도 그렇습니다. 단순히 일본의 독자적인 서민 음식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역사적 서사가 매우 깊다는 생각이 드는데 무슨 내용인지 함께 살펴보시죠.

육식 금지령과 생선 식문화가 만든 혼란
일본은 역사적으로 약 1,200년 동안 육식을 금지해 온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덴무 천황의 육식 금지령 이후 일본인들은 단백질 공급원의 대부분을 생선과 채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메이지 유신 이후 정부가 육식을 권장하기 시작했을 때 일본 사회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적 충격과 신체적 거부 반응을 겪어야 했습니다.
평생 생선 위주의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붉은 고기를 섭취하자 상대적으로 소화를 시키는데 무리가 가면서 탈이 나거나 배탈을 겪는 일화가 속출했습니다. 아마도 당시 일본인들에게 고기는 다루기 힘들고 몸에 맞지 않는 낯선 식재료였을 것입니다. 심지어 고기의 누린내를 잡는 조리법조차 전무했기에 살코기를 제외한 내장 부위는 그냥 내다 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않았을까요?
이처럼 고기를 먹는 문화가 미숙했던 상황에서, 영양가가 높고 먹으면 바로 기운이 난다는 뜻으로 1920년대 의학 용어인 호르몬(Hormon)을 가져다 붙인 것이 초기 호루몬(ホルモン) 요리의 등장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인들이 만들었던 호르몬 요리는 지금의 곱창 구이가 아니라 단순히 계란이나 고기를 넣은 스태미나 음식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대중화되지 못했습니다.
버려진 내장으로 허기를 채우던 재일 동포의 애환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호루몬 구이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재일 동포들의 손에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했던 재일 동포들은 일본인들이 내다 버린 소와 돼지의 내장 및 부속 고기들을 모아 배를 채워야만 했습니다.
정확한 시기와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일본인들은 이러한 재일 동포를 향해 버려진 음식을 먹는 미개하고 더러운 조센징이라며 손가락질을 일삼았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하튼 버려진 내장에 양념을 하고 석쇠에 구워내면서 나는 연기, 그리고 구수한 냄새가 골목으로 퍼져 나가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비하하고 욕하던 일본인들이 점차 그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한 점씩 맛을 보게 되었고, 내장 요리의 신세계를 경험하며 자신들도 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사카 방언으로 버리는 물건을 뜻하는 호루몬(放るもん)이라는 말장난이 진짜 유래처럼 굳어진 배경에는 바로 일본인들이 버린 것을 가져다 최고의 요리로 재탄생 시킨 재일 동포들의 눈물겨운 역사가 역설적으로 담겨 있는 셈입니다.

※ 이미지 출처: Time Out – 재일 동포의 양념 기술에서 시작된 호루몬 구이
일본어로 배우는 부위별 호루몬 가이드
일본 현지에서 곱창 요리는 호루몬(ホルモン)이라는 명칭 하나로 통용되지만, 엄연히 부위마다 일본어 명칭이 존재하겠죠? 혹시 일본 여행 중 곱창 요리를 접하실 때, 정확한 부위를 주문할 수 있도록 필수적인 어휘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곱창과 대창 그리고 막창의 일본어 표현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알곱창은 일본어로 소장이라는 뜻의 쇼쵸(小腸)가 정식 명칭이지만, 현지 식당에서는 이를 둥글게 썰어 기름기를 가득 품게 만든 마루쵸(マルチョウ)라는 이름으로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쫄깃한 식감보다 고소한 풍미를 즐길 수 있는 부위겠죠?
소의 대장에 해당하는 대창은 일본어로 시마쵸(シマチョウ)라고 부릅니다. 대장의 표면 결이 마치 줄무늬처럼 생겼다고 하여 줄무늬를 뜻하는 단어 시마(縞)를 붙인 재미있는 이름입니다. 마루쵸보다 기름기가 적당하고 씹는 맛이 좋아 일본 현지인들에게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소의 네 번째 위인 막창 혹은 홍창은 일본어로 기아라(ギアラ)라고 부릅니다. 과거 미군 부대 주변에서 일하던 이들이 이 부위를 노동의 대가, 즉 보수로 받은 것에서 유래하여 영어 단어 기어(Gear)의 일본식 발음이 굳어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돼지의 막창은 펼친 모양이 총을 닮았다고 하여 텟포(テッポウ)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특양과 천엽 그리고 염통의 일본어 표현
소의 첫 번째 위로 서걱거리는 독특한 식감이 매력적인 특양은 일본어로 미노(ミノ)라고 부릅니다. 칼집을 내어 펼친 모습이 일본의 전통 비옷인 도롱이, 즉 미노(蓑)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죠. 두툼하고 품질이 좋은 부위는 앞에 상(上)을 붙여 죠미노(上ミノ)라는 고급 메뉴로 판매됩니다.
특유의 비주얼로 마니아층이 확실한 천엽은 일본어로 센마이(センマイ)라고 하는데, 한자어로 일천 천(千)에 장 장(枚)을 사용하여 천 개의 잎사귀라는 뜻입니다. 이는 한국어 단어인 천엽(千葉)과도 어원이 일치하니 기억하기 쉽겠죠? 새콤한 소스나 기름장에 찍어 생으로 먹는 센마이사시(センマイ刺し)가 인기입니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냄새가 없어 고기 같은 맛을 내는 염통(심장)은 일본어로 하츠(ハツ)라고 합니다. 심장을 뜻하는 영어 단어 하츠(Hearts)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한 외래어 표기입니다. 내장 요리의 특유의 향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염통의 쫄깃한 식감을 맛보게 된다면 반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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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일부 내용과 이미지는 AI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